[마냥 행복하지는 않은 우리네 일상을 그리다.]
비행운을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읽는 내내 '제발 이제 그만, 제발 그만해!!' 를 연발하게 만드는 본격 설상가상 엎친데 덮친 소설이라 말할 수 있다. 왜 주인공이 대학시절 짝사랑했던 선배에게 실망을 해야만 하는지, 왜 아버지의 실족사도 모자라 당뇨로 돌아가신 어머니의 시신조차 수습하지 못하는 상황까지 가야만 하는지, 더 나아가서 왜 이런 비극인 소설을 쓰고 우리는 또 그걸 읽고 있는지. 특별할 것 없는 평번한 이야기지만 책 한 권을 읽는 내내 읽는 목적과 방향에 대해 중심을 잡지 못해 혼란에 빠지기 쉬운, 어찌보면 이런 이야기에 내가 휘청하다니 자존심이 상할 법한 그런 책이다. 드라마에 흔히 나오는 부잣집 자제도 없고, 주인공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나 비범함은 눈씻고 봐도 찾아 볼 수 없는 아주 평범한 인물구성 때문에 개인적으로 최근 6개월 동안 봤던 책 중 가장 감정이입이 쉬웠다고 생각한다. 어느 프랑스 작가의 청년시절 연애담이 아닌, 아주 먼 나라 팔레스타인의 슬픈 이야기가 아닌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서울 하늘 아래에서 충분히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비극들만 모아놓은 컬렉션이라고나 할까. 책을 덮으며 '에이 기분만 우울해졌네' 하고 잊어버리면 그만인 이야기지만, 왠지 모르게 가슴에 무언가가 남는 묘한 기분이 들었다. 아마 작가는 내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느낌을 노렸던 것은 아닐까 곰곰히 생각 해 본다.
[우리의 삶은 비극이다?!]
책에 대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눠 본 결과, 그 분들은 책의 주제에 대해서 우리네 삶의 의미는 비극에 가깝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더라. 아직까지도 100% 이해가 되지 않는 '비극에 가까운 느낌'을 조금 풀어서 설명 해 보자면 사람은 타인이 될 수 없고,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는 하나 완벽히 타인을 헤아릴 수 없으므로 세상과의 소통 또한 나는 충분히 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게 아닐 수 있으며 우리는 평생 나의 소통이 옳은지 옳지않은지 정답을 알지 못한 채 살아가야 한다. 이러한 사실을 객관적으로 보았을때 정말 비극적이고도 고독한 노력이 아닐 수가 없다. 아마 이러한 뜻을 비극에 가깝다고 표현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조심스럽게 해석 해 본다. 그들의 생각이 이러했던 반면, 조금 다른 맥락에서의 나의 감상은, 김애란 작가로부터 이 책을 읽은 너는 이렇게 살지 말아라 하는 메세지를 받은 듯 했다. 나의 감상을 토로하자 옆에서 잠자코 듣고 계시던 안교수님께서 '아~' 하는 탄식과 함께 그런 생각이 다 들었냐며 신기해하셨던 기억이 난다. 이 또한 연령대, 생활 환경, 각자의 가치관 등에 따라서 사람마다 달라질 수 있는 감상이며 안교수님과 나는 서로가 가진 것이 너무나도 다른 타인이기 때문에 서로의 의견에 동의는 하지만 완벽히 이해할 수 없는 비극이 따라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는 각자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그러한 과정에서 성숙한 어른이 되어간다는 이치를 보았을 때 이를 비극으로만 치부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아젠다 별로 생각 해 본 비행운]
1. 가장 좋았던 단편 하나씩을 고른다면? 그 이유는?
좋았던 단편을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단연 '하루의 축'을 고를 것이다. 아들 하나만 바라보고 사는 어머니의 삶에 왜이리도 공감이 가는지 나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이야기였지만 아들을 향한 어머니의 마음에 알 수 없는 연민을 느꼈었다. 자식에게 주는 조건없는 사랑과 그 사랑에 반해 돌아오는 반응에 대한 괴리감이 마치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고 그 사람에 대해 쏟는 사랑에 보상을 바라는 무의식적인 기대감과 비슷한 것이 아닌가. 완벽하게 똑같은 사랑은 아니지만 내가 느껴본 사랑과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2. 두 소설집(두 작가)의 차이 또는 공통점은? (ex. 서술방식, 캐릭터 설정, 주제 또는 배경, 삶을 바라보는 시선 등)
사실 내가 모임에서 이야기를 나누었던 책은 비행운 한 권이 아니었다.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 이라는 소설과 비교를 하며 두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었는데 당연히 우리나라 소설과 외국 소설이라는 차이점이 있기 때문에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발제된 아젠다였다. 개인적으로 지적 수준이 부족했던 탓일까, 두 소설의 차이를 비교하라는 아젠다를 덜렁 던져놓고 나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비교를 해야할지, 다르다는 것은 알겠지만 이걸 어떻게 말로 표현해야 할지 막막했다. 단지 내가 느낀 것만을 표현하자면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의 경우는 서술방식이 주인공과 상황을 암묵적으로 던져주고는 그에 대한 판단은 독자에게 맡기는 반면 김애란의 비행운에서는 상황과 사건, 주인공이 느끼는 감정 모두 담담하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그에대한 감상 또한 독자에게 작가가 의도하는 대로 느끼라고 주입하는 형식으로 서술이 된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나쁘다는 것도 아니고, 그런 의도 또한 성공적이라고 생각한다.
'Essay > 책' 카테고리의 다른 글
<13 계단> - 다카노 카즈아키 (1) | 2014.09.30 |
---|---|
[토스터 프로젝트] - 토마스 트웨이츠 (0) | 2013.02.05 |
<정보는 아름답다> - 데이비드 맥캔들리스 (0) | 2012.12.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