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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여 행

궁극의 카페, 미도다방에 가다

취업에 관하여 나를 괴롭히던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친구랑 나는 예전부터 블로그로만 접해오던 '미도 다방'으로갔다.

등잔 및이 어둡다고 했던가.
타지에서 대구에 놀러오는 여행객들은 꼭 거쳐가는 곳이란다.
20여년을 살았지만 나는 불과 몇달 전에 이 곳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어르신들의 핫플레이스 라고나 할까? 
하지만 그 어르신들 사이에서 간간히 여행객들이나 블로거가 심심찮게 보이며, 이제는 익숙하신지 벨벳한복을 곱게 차려입으신 마담께서도 어디서 왔냐며 반갑게 맞아주신다.



커피와 홍차를 시켰지만, 우리 앞에는 약차쌍화차가 나왔다.
주문을 받으시던 분이
그런건 다른데서도 먹을 수 있으니 약차와 쌍화차를 먹으라더라.
가격은 2000원이며 모든 메뉴가 3000원을 넘지 않는다.

오더가 들어감과 동시에, 

우리 앞에는 두명이서 감당하지 못할 양의 전병과자와 웨하스가 서빙되어 왔다.


게다가 설탕에 찍어먹으라며 생강을 잘게 자른 것이 나왔는데,
생강은 도저히 못먹겠더라. 
뭐 이런 매운 맛이 다 있어?!?!?!?!
하지만 심심한 음료에 참 잘 어울리는 자극이 아닐 수없다.

동성로 진골목의 숨은 핫플레이스니만큼 손님도 끊임없이 들어왔고,
우리는 음료를 다 마시고는 그리 오래지 않아 자리에서 일어섰다.
(사실은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자 마담이모께서 이미 다 마시고 앉아있는 손님에게는 자리를 비워달라고 하시더라. 그리고 결정적으로 우리가 비운 잔을 치우시길래 나가야겠다 싶었지)

메이커 커피 한 잔 값인 5000원을 계산하고, 우리더러 어디서 왔냐고 물으시던 마담이모.
다음에도 또 오라고 환하게 웃으시더라.


내부는 상당히 넓었으며 다방 중앙에는 잉어가 헤엄치는 커다란 수조도 있었다. 영화 '써니'를 보았다면 상상 가능한 구조!
의자며 입구며 모든 분위기가 7~80년대의 올드함을 풍기지만
전혀 기분 나쁘지 않고 할머니댁에 놀러간 것만 같은 정겨움이 있었다.
사실, 좀 조용하고 한적했으면 앞으로 내 아지트로 삼아야겠다 했으나 중구에 사시는 모든 어르신들을 모아놓은 듯한 북적거림 때문에 도저히 그건 불가능해 보였다.
(남들 블로그에선 다 자기네밖에 었었다던데...)

사막에 오아시스같은 좋은 경험이었다.
시간이 난다면 진골목이나 계산성당, 김광석길도 가보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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