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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영 화

안녕 헤이즐 VS 비긴 어게인




안녕, 헤이즐 (2014)

The Fault in Our Stars 
8.6
감독
조쉬 분
출연
쉐일린 우들리, 앤설 에거트, 냇 울프, 윌렘 데포, 로라 던
정보
드라마 | 미국 | 125 분 | 2014-08-13
글쓴이 평점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원작 소설의 제목으로 알려진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원제 The Fault Is Our Star)는 셰익스피어의 희곡 쥴리어스 시저에 나오는 한 대목에서 따온 말이다. 셰익스피어는 자신의 희곡에 '잘못은 말이네 브루투스, 우리 별에 있는게 아니고 우리 자신에게 있다네.' 라고 썼지만 소설의 저자인 존 그린은 그 대사를 반대로 인용해 제목에 갖다 붙였다는... 믿거나 말거나?! 굳이 셰익스 피어의 글을 빌리지 않았다 하더라도 영화를 본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두 주인공이 겪고 있는 스토리에 상당히 감각적이고 상징적인 제목을 붙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다만 한국에서는 영화를 '안녕, 헤이즐'이라는 제목으로 번역하는 바람에 다소 유치하거나 원작의 의도가 충분히 표현되지 못하여 굉장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나 조차도 제목만 보아서는 마침 공짜 시사회 표가 생기지 않았더라면 절대로 내 돈과 시간을 써가며 영화를 보러 가지 않았을 것 같기 때문이다.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이 모두가 운명이니 우리에게 잘못은 없어. 최근 여러가지 사건사고 등에서 무고하게 피해를 입은 아이들에게 언급하듯이 '괜찮아. 네 잘못이 아니야.' 라는 메세지를 던져주는 영화로서 사회생활에 지쳐 단단히 굳어있던 내 마음을 말랑하게 만들어 준 영화가 아니었나 싶다. 



[만약 당신이 곧 죽게 된다면?]

암 환자가 주인공이니 만큼 영화의 처음부터 끝은 죽음에 관한 이야기로 전개가 된다. 어거스터스를 만나기 전까지는 세상에 늘 회의적이고 냉소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던 헤이즐. 그녀는 어거스터스를 만나 사랑을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작가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게 되면서 점점 똑같았던 하루가 즐거워 진다. 하지만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은 영원할 수 없고 자신이 존경했던 작가는 자신의 상상이 만들어 낸 이미지에 불과했다는 것을 깨닫고 영화는 점점 절정으로 치닫게 된다. 순식간에 가까워져가는 그들의 죽음에 맞서 헤어졌다 만났다 울다 웃다를 반복하며 점점 죽음을 받아들이는 방식을 배워가는데, 중요한 것은 죽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그 것이 이르냐 늦으냐가 관건이며 죽음을 맞이하기 전까지 내가 어떻게 살아갔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닐까.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예견 된 결과지만 아직 피지도 못한 꽃들이 지는 순간은 안타깝지 않을 수 없다. 






비긴 어게인 (2014)

Begin Again 
8.6
감독
존 카니
출연
키이라 나이틀리, 마크 러팔로, 애덤 리바인, 헤일리 스타인펠드, 제임스 코덴
정보
로맨스/멜로 | 미국 | 104 분 | 2014-0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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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이벌이라는 거, 결국 세상엔 없는 이야기 일까?]

여자 주인공인 그레타가 데이브와 결별을 하는 것으로부터 비긴 어게인으로써의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물론 그들도 남자친구인 데이브가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배신과 상처를 겪으며 힘든 이별을 겪었지만 둘의 재회, 그리고 그레타의 눈물을 보며 이 친구들은 정말 아름다운 이별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 곁에 있는 사람을 두고 새로운 설렘을 찾는 습성을 극도로 혐오하는 나라서 데이브의 행동이 옳다고 평할 수 는 없으나, 그는 적어도 자기 감정에 대해 솔직했다. 그레타에게 자신의 감정을 설명하는 데이브와 군말 없이 집을 떠나는 그레타의 모습은 서양인들이 흔히 말하는 자유로운 연애관 때문이 아니라 둘 사이에 소통이 가능했기 때문이었다. 당신은 과연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순간까지도 정상적인 소통이 가능 할 것 같은가? 유치한 감정싸움이 아닌 이성적인 판단이 가능할까? 아마 나이가 들어도 이별 앞에서 제 이성을 찾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동시에 나의 이별 풍경도 되돌아보게 했다. 조금 더 멋있게 헤어질 걸 하는 아쉬운 마음과 동시에, 지금의 나의 연인과의 사랑을 지키는 단계에서도 언젠가 한번 쯤 마주 칠 일이기에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결국 정답이란 없는 인생에서 내가 선택한 길이 정답이 되도록 만드는 것이 사랑이고 더 나아가서 좋은 이별과 좋은 사랑도 내가 만드는 것임을 뻔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새삼스레 곱씹어본다.



[의도는 달랐지만, 어쨋든 성공한 둘의 OST]

현직 워너뮤직 코리아의 직원이신 모 양의 말을 빌려 '불이 꺼지지 않는 기업' 유니버설과 워너 뮤직의 대결이라고나 할까? 확실히 두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달랐다. 비긴어게인은 가수가 되길 원하는 주인공을 그린 음악영화이고, 안녕 헤이즐은 음악과는 전혀 관련없는 두 시한부 청소년의 사랑이야기가 아닌가. 비긴 어게인의 OST가 조명을 받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지만 안녕 헤이즐의 OST는 영화 내용에서도 부각된 적이 없어도 묘하게 소비자들의 마음을 이끌었던 것 같다. 비긴 어게인 같은 경우에는 알찬 구성과 영화 러닝타임의 반 이상은 주인공의 노래로 가득 채웠기 때문에 엔딩이 여운 없이 산뜻하게 끝이 났음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OST를 찾게 되었던 반면에 안녕 헤이즐은 영화 중간에 잔잔히 깔리는 OST와 영화가 끝난 뒤에도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바라보며 흐려 진 눈시울을 훔치고 한참이나 그 자리에 그대로 앉아있게 했다. 아마 사람들은 그 날의 끝나지 않은 여운을 달래려 음원사이트를 뒤졌으리라. 그리고 사실 나는 안녕헤이즐의 생각보다 괜찮은 OST 구성에 적잖이 놀랐었고, 실제로 OST 앨범을 지인에게 선물 받았는데 아직까지도 생각 날 때마다 듣고 싶을 정도로 좋은 노래 가 많았기에 대형기업이 maroon5 라는 인기 밴드를 앞세워 만든 앨범도 좋지만 왠지 모르게 안녕 헤이즐의 삽입곡에 좀 더 정이 간다고나 할까.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곡이기에 참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