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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여 행

2박 3일 강원도 동해 여행

부모님이 강원도 동해시로 이사가신지 3년정도 된 것 같다. 그리고 나는 여름휴가를 부모님 집인 강원도 관광지로 가게되었다. 나를 비롯해 수원에 살고있는 친구들이 함께 갔는데 사실 이 것도 우여곡절이 참 많았지만 결국에는 같이 가서 관광을 하고 왔다. 그 것이 포인트.

동해시에서도 묵호등대라는 곳이 있는데, 묵호항 앞에 있는 커다란 등대와 그 것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있는 작은 마을이다. 등대로 오르는 길이 네 개가 있는데 논골담길이라는 이름을 짓고 길마다 아기자기한 카페도 있고 벽화도 그려져있다. 


어쨌든 이런저런게 많은데 제일 힘들었던 것은 날씨였다. 그늘없이 내리쬐는 햇빛과 습도때문에 낮시간에 어딜 다니는 것 자체가 임파서블이었는데 어떻게 관광을 하고 다녔는지 과거의 내가 대견하게 느껴질 정도…


1. 묵호 등대


첫날 맨 처음 갔던 곳은 묵호 등대. 부모님이 사시는 아파트와 친구들 숙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이기도 했다. 등대 앞에 있는 넓은 광장에서 바다를 바라보면 이런 풍경을 볼 수 있다. 3년째 가서 찍고있는 바다지만 눈으로 볼때만큼 이쁘게 찍은 사진은 단 한번도 없었다. 어떻게 찍어야 잘 찍었다고 소문이 날까… 


2. 논골 카페


2박 3일동안 정말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카페였다. 묵호등대 인근에 있는 논골카페, 논골식당, 논골 게스트하우스는 이 마을의 협동조합에서 만든 마을기업같은건데, 꽤 전망이 좋은 곳에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하고있다. 그리고 우리 어머니가 여기 논골식당에서 음식을 만들어 팔고 계시기도 하고… 엄마가 참 음식솜씨가 좋아서 늘 자랑거리였는데 이 마을에서도 자랑이 되고 있는 듯 하다. 

이 카페의 하이라이트는 테라스 바깥으로 보이는 묵호항 풍경인데, 여기는 정말 봐도봐도 질리지가 않는 것 같다. 여행이 끝나던 날도 이 카페의 테라스 자리에 앉아서 바닷가를 쳐다보며, 다음 휴가때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이 바다만 보면서 휴가를 즐기는건 어떨까 하고 친구들과 생각하기도 했으니.


3. 출렁다리


등대에서 방파제로 내려가는 길 중에 출렁다리가 있는 길이 있다. 여기에는 벽화가 없고 나무로 만들어진 계단과 흙길이 전부지만 그늘이 꽤 있어서 다닐만 했던 것 같다.


4. 천곡 동굴

정말 이대로 돌아다니다가는 인간 만두가 되어서 쪄지는 것 아닐까 하고 더위를 반쯤 먹은 상태로 천곡 동굴로 갔다. 사실 동굴 자체는 크게 볼거리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특이한 점은 도심 한가운데 동굴이 있다는 것이다. 아마도 다른 것을 목적으로 개발하는 중에 발견 된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한다. 입장료는 3000원, 반드시 안전모를 쓰고 입장해야한다. 얼마나 위험하길래? 하고 생각했지만 동굴에 들어서는 순간 모든 것이 해명되더라. 입구는 넓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천정이 낮고 좁은 길이 많기 때문이다. 

에어컨을 튼 것 같이 싸늘한 공기로 가득했지만 동굴 속에 흐르는 물때문에 습도가 아주 높아서 처음 들어갈때 말고는 딱히 시원한 것도 모르겠더라… 그래도 찌는듯한 더위를 피한 것과 모처럼 도시에서 볼 수 없는 구경을 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5. 어달 해변


부모님 아파트에서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서 내리막을 쭉 내려가면 어달해변이 나온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작은 해수욕장이라 대형 해수욕장처럼 사람이 북적거리지도 않고 한산하게 즐기기에 좋은 곳이다. 예전에 인스타그램에 어달 해변으로 가는 길에 찍은 사진을 올린 적이 있었는데 그게 꽤 반응이 좋아서 친구들을 이끌고 실물을 보여주었다. 

비록 그때 그 사진처럼 맑은 풍경은 보지 못했다… 왜냐하면 저녁에 갔기 때문이지. 대신 몽글몽글 불빛을 내는 해변의 풍경을 감상했고, 얕은 바다에 발을 담구며 더위를 쫒았다. 미리 사 갔던 불꽃놀이도 했었는데, 너무 싸구려르 샀던 탓인지 불꽃놀이를 하면서도 놀랍게도 전혀 흥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일상탈출이 늘 그렇듯 별로 특별한 일을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나는 것. 그게 참 좋았다.


6. 추암 해변과 촛대바위


사실 동해향교라는 곳도 가고싶었다. 이런 미친 더위만 아니었더라면…. 사진으로만 봐도 그늘같은건 안키워 하는 분위기라 그냥 뛰어넘고 추암해변으로 향했는데, 이 곳이 삼척과 맞닿아 있는 곳이라 택시를 타니 할증요금이 붙더라 ㅠㅠ 촛대바위로 올라가는 길이 매우 시원했고, 촛대바위 앞도 바람이 불어 매우 시원했다. 촛대바위에서 해변으로 향하는 길에는 모래사장과 함께 작게 나 있는 도랑같은게 있는데 거위같은 애들이 잔뜩 있었다. 덕분에 인근의 모래사장에서는 아주 귀여운 거위 발바닥 자국을 볼 수 있다.


7. 망상 해수욕장


두 번째 갔던 해수욕장은 망상이다. 규모도 큰 반면에 사람도 정말 많고 먹거리, 숙소도 많다. 이 날은 발만 담그는게 아니라 몸 전체를 바닷물에 담궜고, 풍덩풍덩 수영도 했고, 한 놈을 물에 자빠뜨리려고 계획했으나 렌즈를 끼고 왔다는 핑계 때문에 못했던 것이 이번 여행에서 제일 아쉬운 점이었다. 전 날 실패했던 폭죽놀이도 새로 사서 도전 했으나 전 날과 별반 다를 것은 없었다. 그리고 대망의 풍등 날리기. 두 개나 사서 도전했지만 한 개는 바다에 쳐박아 버리고, 나머지 한 개는 연료가 다 타버려 날리기도 전에 불이 꺼져버리는 참사가 있었다. 아쉬웠지만 어쩔 수 없지 뭐… 오천원이나 하는 풍등을 성공할때까지 사서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냥 돌아오기 아쉬워 근처에 있는 횟집에서 조개구이를 먹었다. 노천 테이블에 앉아있으니 밤공기는 시원하고, 들리는 노랫소리는 달콤하니 조개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생에 처음 먹어보는 조개구이였는데, 이게 이런 맛인줄 알았더라면 진작에 먹어보는건데 하는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동해 여행의 마지막 날 밤이 저물었다.


망상에서 숙소로 돌아올 때 우리는 택시를 타려고 했는데, 마침 놀다가 말을 섞었던 분이 같은 길이라며 차를 태워주셨다. 해변에 경광등을 들고 다니시는 안전요원이셨는데 아들만 셋이라 젊은 여자들을 보면 딸 같아서 챙겨주고 싶으시다며 호의를 베푸셨다. 여자만 셋이라 모르는 남자분 차에 타려니 좀 불안했었는데, 무사히 집으로 올 수 있어서 지금은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고있다. 


다음 날, 친구들은 체크아웃 후 수원으로 올라갔고 나는 부모님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그리고 하룻 밤을 더 동해에서 보내고 서울로 오게되었다. 4박 5일정도 있었지만 정작 부모님과는 보낸 시간이 별로 많지않아 아쉬웠다. 그러니 추석 연휴때는 내려가서 집에만 붙어있는걸로…


아 그리고 이 곳은 등대가 있는 언덕에서 묵호항과 마을을 내려다 봤을 때의 경치가 매우 인상적이다. 그리고 낮에 보는 경치와 야경이 서로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어서 볼 때마다 감탄하고, 전에 찍었던 사진임에도 불구하고 볼때마다 찍게 만들어서 사진첩에는 비슷한 사진이 매우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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