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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say/책

[토스터 프로젝트] - 토마스 트웨이츠



토스터 프로젝트

저자
토머스 트웨이츠 지음
출판사
뜨인돌 | 2012-07-11 출간
카테고리
정치/사회
책소개
토스터 제작과정을 통해 현대사회의 소비문화를 엿보다!맨손으로 토...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네 휴대폰이 구형이라 욕하지 마라. 너는 싸구려 토스터 하나라도 손수 만든 적이 있느냐.


토머스 트웨이츠라는 이 당돌한 디자인학과 청년은, 석사과정의 마침표를 토스터를 자기가 직접 만들어보는 프로젝트로 하고자 했다.

캡스톤 디자인에 참가 한 경험이 있는 나는, 다른 팀이 사람의 모션을 읽고 움직이는 로봇이라던가, 인공지능 휠체어 등 화려한 작품들을 본인 스스로의 기술로 만들지 않고 지원금으로 산 키트에 의존하여 엉터리 졸업작품을 제출하는 모습을 아주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많이 보았었다. 남이 만들어놓은 만들기 세트에 '조립'이라는 숟가락만 얹어놓은 행위는 3달가량 머리를 쥐어짜가며 안드로이드 어플리케이션 개발에 몰두하던 우리 팀을 한순간에 바보로 만들어버렸다. 이런 경험 때문이었을까, 책을 처음 접한 순간부터 나는 '에이... 그냥 만들기 키트로 조립만 한거 아냐?'라고 나만의 좁은 식견으로 마음대로 판단해버리고 말았다. 하지만, 첫 장을 펼치는 순간 그렇게 생각한 내 스스로가 정말 부끄러웠다.

1. 분해

2. 강철

3. 운모

4. 플라스틱

5. 구리

6. 니켈

7. 조립


책의 첫머리에 나오는 목차이다. 작가는 토스터에 들어가는 모든 부품의 원료를 맨손으로 얻어 낸 것이다.

토스터 프로젝트의 처음은 토스터를 분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생각보다 많은 부품에 구하기 까다로운 원재료는 과연 이게 가능할까? 이 사람이 정말 성공을 했을까? 하는 의문을 자아내며 점점 책 속으로 빠지게 만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토마스는 성공적으로 성공하였다. 상품가치는 없지만 자기가 세운 목표는 모두 달성했다는 것이 중요한게 아닐까. 

그가 세운 규칙은 이러했다.

-내가 만들 토스터는 전자 대리점에서 파는 것과 유사해야 한다.

-모든 부품을 맨손으로 만든다.

-가내 수공업으로 만든다.

마지막 규칙인 '가내 수공업'은 조금은 우스꽝스럽지만 그를 누구보다 멋진 사나이로 보이게 했다.

직접 만드는 것이 멋이 있는가? 그런 뜻이 아니다. 가내 수공업의 규칙을 가장 잘 보여주는 부분은, 책의 후반부에 토스터의 겉면을 감싸는 플라스틱 몸체를 만드는 부분이다. 정말 눈물겹도록 끈질긴 플라스틱과의 사투. 석유에서 플라스틱을 추출하는 작업을 개인적으로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에 차선책인 젖산을 이용한 플라스틱 정제에 도전하게 된다. 




*고온에서 철을 정제하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사용하였지만 하나의 전자레인지를 태워먹고, 두번째 시도에서는 동전 크기만한 철을 얻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토스터에 들어 갈 분량의 철을 얻으려면 이 과정을 수십번 반복해야만 했다. 




*토스터의 열판의 원료인 운모를 구하기 위한 작업이다. 토마스는 운모를 구하기 위해서 스코틀랜드의 작은 섬에 찾아가 모험을 한 끝에, 자신의 주머니 칼로 투명한 광물을 조금 떼어낼 수 있었다. 




이 외에 구리와 니켈을 얻기 위한 모험과 시행착오가 있었다. 물론 그 과정도 뼈빠지게 힘들었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책에서의 비중이 그다지 큰 것은 아닌걸로 보아, 앞서 설명한 과정에 비하면 비교적 수월하였기에 그렇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지만 고생을 과다소비하지 않으셨나 싶을 정도의 무모함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완성... 수 많은 토스터들 사이에서 토마스 트웨이츠표 토스터가 보이는가?

상처뿐인 영광이라고나 할까. 그에게 있어서 토스터 프로젝트는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까? 조금 다른 맥락이지만 세계의 자연에서 먹거리를 얻어내는 베어그릴스의 공학버젼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디자인학과의 석사학위라면 이 보다는 편한 방법으로도 충분히 딸 수 있었을 법한데 왜 굳이 그는 힘든 여정을 택하였을까? 하지만 단 한가지, 모두가 인정할만한 전리품은 바로 토스터 프로젝트를 주제로 TED에서 강연 할 기회와 어느 정도의 인기를 얻은 것이다. 병신같지만 멋있다는 말은 바로 토마스 트웨이츠의 모험을 두고 하는 말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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